교육

전문상담교사는 무슨 일을 할까?

평안쌤 2024. 7. 3. 15:19

 

 

요즘 청소년의 심리정서 문제가 심각해지면서 전문상담교사 역할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내가 임용된 2013년부터 현재까지 전문상담교사가 하는 역할에 대해 많은 변화가 있었다.

현재는  Wee 스쿨(학교내 상담실), Wee 센터 (관할 지역청 소속 상담센터)가 생기면서 

어느 정도 업무 역할의 균질성은 생겼으나, 아직도 학교마다 전문상담교사의 업무는 다양하다.

 

1. 전문상담교사의 주요 업무

 

 

많은 사람들이 상담교사가 되면 상담을 많이 하게 될 것이라 기대할 것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행정업무가 60%를 차지한다. 

아니 최소 60%이고 그 이상이다.

행정업무가 주 업무인 이유는 두 가지다. 

 

 

    1) '상담'이라는 일은 원래 행정업무가 많다.

 

 

한 시간의 상담이라는 꽃을 피워내기 위해서는 준비시간이 많이 필요하다.

과학자들이 가설 세우고 입증하듯이, 상담가는 한 명의 내담자를 위해 준비하고 분석하여 가설을 세우고 

그에 맞는 해결방안들을 찾아들어간다. 

이것이 일반적인 학생면담과 전문상담의 차이다. 

 

 

- 학생 자료조사

- 문제행동 파악 및 전략계획

- 심리검사 실시 및 해석

- 상담진행 

- 해결방안 모색 및 상담내용 정리, 다음 상담 계획 

 

 

주로 이 순서로 상담이 이루어지는데, 보시다시피 상담진행은 한 섹션에 불과하다. 

전문상담은 그냥 이야기를 들어주고 '너 힘들었겠다.' 공감으로 끝나는게 아니다.

학생의 문제점을 파악하고 그에 맞는 치료전략을 세우는 작업이다.

그래서 사실 준비 및 계획단계가 실제 상담보다 더 오래걸린다. 

한 명과의 한 시간을 위해 저렇게 계획하고 분석해야 한다.

또한 상담진행 이후의 기록작업이 다음 치료진행 방향에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시간이 오래걸린다.

따라서 문서업무는 불가피한 영역이다. 

 

 

 

   2) 공교육 = 행정업무

 

 

필요해서건 불필요해서건 공교육에는 행정업무로 시작해서 행정업무로 끝난다.

우리나라 공교육의 시스템이 그렇다. 

그리고 실제로 '가르침'에 집중해야 할 많은 교사들이 이 '행정업무'영역하느라 진이 다 빠진다.

 

실제로 전문상담교사로서 근무하며 하는 행정업무를 상담관련 영역과 아닌 영역으로 나눠본다면

40%가 진짜 업무 영역, 나머지 60%는 왜 하는지 모를 일들이다.

 

 

 

 

2. 학교마다 전문상담교사의 업무가 다른 이유 2가지

 

 

    1) '상담'이라는 것에 대한 오해 

 

학교관리자 뿐만 아니라, 동료교사들도 '상담'에 대한 이해도가 높지 않은 편이다.

그들도 '전문상담'을 받아본 사람은 극소수이기 때문이다.

 

      (1) 학교 관리자나 동료교사조차 '전문상담'이 무엇인지 모른다.

       많은 예로 면담과 상담을 구분하지 못한다. 

 

   - 그냥 힘든 얘기 들어주고 힘내라고 다독여주는거랑 뭐가 달라?

   - 분석이라기 보다는 그냥 대화라고 생각한다.

 

 

     (2) 생활지도부의 처벌공간으로 인식하기도 한다.

 

   - 김 선생, 생활지도부에 자리가 부족해서 애 한 명만 맡아줘.

   - 애 혼내고 싶은데 잠깐 자리 좀 빌려주세요.

 

 

     (3) 다양한 업무영역에서 '상담'이라는 단어로 다 끌고 들어간다. 

 

   - '다문화' 관련이면 상담이랑 관련있지 않아?

   - '탈북민' 관련이면 상담실에서 해야 하지 않아?

   - '장애'관련이면 상담?

 

    수도 없이 다양한 영역을 상담과 엮는다. 

 학생과 관련된 영역은 모든 교사가 다 관련이 있는 것이다. 

  

 

 

 

  2) 전문상담교사의 역량의 차이가 크다.

 

 

나는 2013년부터 수많은 전문상담교사와 전문상담사분들을 만났다.

그들과 이야기하며 각 학교마다 교사의 역량에 따라 하는 업무가 천차만별이라는 것을 느꼈다.

학부부터 심리학을 공부해 온 사람, 교육대학원을 나와 상담을 전공한 사람, 

사회복지학을 전공한 사람, 다른 교과교사였다가 전과한 사람 등등 다양한 배경의 사람들이 모여있었다. 

 

심리학 전공이 아니었어도 전문성을 기르기 위해 누구보다 열심히 하시는 분들도 많이 봤다.

다양한 배경이 나쁘다는 게 아니라, 좋은 모델을 보면서 배우거나 이들의 역량을 체크할 수 있는 시스템이 부족하다.

전문상담교사는 한 학교에 한 명 배치이기 때문이다. 

 

좋은 선배를 가까이 보면서 배울 수도, 동료와 나누기도 힘들다. 

그래서 많은 전문상담교사는 슈퍼바이저를 두고 상담 역량을 키워간다. 

그런데 이런 상담 슈퍼비전은 비용이 비싸고 준비과정도 너무 힘들어서 '의지가 있는 사람'만 하게 된다. 

애초에 상담역량 수준을 반영하지 않은 채, 전문상담교사를 뽑는 시스템에 문제가 있다.

결국 개인의 의지와 사명감에 의존한 채, 상담의 질이 결정 되기 때문이다.